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장은미 기자입니다🙂 새로운 한 주를 또 활기차게 시작하시길 응원드리면서, 오늘의 뉴스레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
대구대 사회학과가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올해 사회학과 신입생은 15명, 정원 31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합니다. 지방대 인문사회계열 학과 폐과 소식은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닌데요. 지난 7일과 8일, 사회학과 학생들은 '장례식'을 열었습니다. 현장에도 많은 기자들이 찾았는데요. 취재에 나선 김보현 기자는 다른 관점으로 이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
뉴스레터를 통해 김 기자와 함께 취재 뒷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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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대 사회학과 장례식'의 기사 배경과 취지도 소개해 주세요.
김보현 기자🎤10월 말 페이스북에서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의 글을 봤어요. 대구대 사회학과가 폐과 통보를 받고 장례식 행사를 준비한다는 내용이었죠. 양 교수는 “사회학은 국립대와 서울의 연구중심대학에만 명맥을 이을 수 있는 학문이 된 것일까. 대학원까지 언급할 필요 없이, 지역사회에서의 필요성 측면에서도, 학생들의 고등교육 수요 측면에서도 사회학의 필요성은 여러모로 입증할 수 있지만, 현행 제도와 학령인구구조 그리고 인구의 쏠림은 모든 질문을 사소하게 만들고 있다”고 코멘트를 달았어요. 🏫
이걸 보고 우선 행사를 알리는 단신 보도를 했어요. 그때만 해도 저는 ‘장례식’이라는 이름의 행사에 비판적이었어요. 대학이 사회학과를 폐과하겠다고 결정한 이유야 너무 뻔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계열 학과에 대해선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같은 것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폐과 결정 과정에 문제제기를 하든 사회학의 위기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짚든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부터 들었죠. 그런 측면에서 장례식은 학문, 혹은 학과의 죽음을 인정해 버리는 행사 같았어요. 💬
그래서 더 궁금했어요. 행사 기획의도를 기사에 담고 싶어 준비 단계부터 취재했죠. 준비위원회는 사회학과 학생회 구성원들과 졸업생 4명이었어요. 그들도 이런 우려를 인지하고 있더라고요. 실제 학기 초부터 1인 시위와 서명운동 등 학과모집중지반대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한 어떤 사회학과 학생은 이 행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어요. “그동안 (학생회는) 학교 측의 결정에 대해 형식적인 항의 외에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본부 측과 갈등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학과 장례식이 비대위 투쟁의 정당성을 왜곡하고, 투쟁의 성과를 일부 인사들이 전유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죠.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를 마감한 지금은 처음의 제 생각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고 생각해요. 장례식이라는 이름을 붙인 행사는 ‘사회학과 폐과’라는 사건을 전국에 알렸고,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거든요. 단순히 마케팅의 효과만은 아니었다고 봐요. 많은 사람이 ‘사회학’ 또는 ‘폐과’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어요. 누군가는 응원과 위로를 보내왔죠. 실질적인 변화는 못 만들어냈을지언정 공론화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봐요. 📣📣📣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부 구성원에게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줬다는 점일 거예요. 폐과는 끝이 아니거든요. 대학본부는 신입생을 더 이상 받지 않지만 앞으로 6년간 학과를 유지하겠다고 했어요.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이 졸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이죠. 이 기간에도 이들은 사회학 수업을 듣고 개강총회와 MT, 현장학습을 갈 거고요. 적어도 이 행사가 재학생들이 좌절하거나 이탈하지 않고 사회학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거란 생각을, 현장에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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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대구대 사회대 앞 어린왕자 마당에서 열린 ‘2024 대구대 사회학과 사회학제-장례식(메모리얼 파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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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기자 🎤첫째날인 7일 행사에 참석해 취재를 했는데요. 2시 재학생들이 장례식 빈소에 헌화, 2시 30분 강연 및 사회학제, 6시 부스 운영으로 진행되는 일정이었어요. 1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기자들이 많이 왔더라고요. 방송카메라도 여러 대 보였어요. 준비위원회 측은 지역뉴스 1~2건 나갈 것을 예상했는데, 전국뉴스가 되어버려 당황한 분위기였어요. 저를 비롯한 기자들은 재학생들이 헌화하는 장면에 붙어 사진과 영상을 찍었고, 그 다음엔 대부분이 떠났어요.
그림이 나오는 건 장례식 부스와 헌화 장면이었지만 사실상 본행사는 사회학제였어요. 강당에 모여 앉은 사람은 졸업생, 타 대학 교수 등 연령대가 다양했어요. 사회학제까지 참석한 기자는 몇 없었죠. 그런데 개회사에서 학과장인 박정호 교수가 이런 말을 했어요. “언론인 여러분께 당부드립니다. 이번 추모행사의 취지는 단순히 지방대학의 위기 혹은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위기를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리고자 함이 아닙니다. 우리 행사의 주제는 학과의 모집 중지 상황을 파티로 기념하고 승화시키는 유쾌한 사회학적 상상력입니다.” 이걸 듣고 미리 써둔 기사, 외부인의 시각으로 행사에 의미부여한 내용을 다 지우고 방향을 새로 잡았어요. 오로지 행사 자체에 집중해 다시 썼죠. ✨✨✨
개회사 다음에는 영상이 상영됐어요. 행사를 함께 준비한 졸업생 한 명이 직접 만든 영상이었죠. 학교에 가는 버스를 타고 정문을 지나 언덕을 오르고 사회대학 건물에 들어서는, 무수히 많은 이가 지나갔던 걸음을 그대로 따라 찍은 영상이었어요. 그 뒤에는 졸업생들의 멘트가 이어졌어요. 집 거실에서, 연구실에서, 야외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찍어 보낸 영상 메시지가 나오는데 참가자들이 눈물을 훔치더라고요. 그다음은 잘 모르겠어요. 다른 취재 일정이 있어서 자리를 떴거든요. 짐작건대 외부인들이 모두 자리를 뜨고 난 다음, 함께 먹고 마시며 소회를 푼 시간이 행사의 메인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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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대 사회학과 장례식(메모리얼 파티)에 마련된 장례식 부스에서 한 학생이 헌화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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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말이나 장면이 있나요?
김보현 기자 🎤 올해 신입생인 김미수 씨👤를 인터뷰한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종종거리고 뛰어다녀서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더라고요. 학생회 목걸이를 걸고 선배들을 돕길래, 중간중간 붙잡고 물어봤죠. 왜 사회학과에 왔냐, 올해는 어떤 전공과목을 들었냐, 폐과 소식을 듣고 어땠냐, 학생회 선배들을 따라 장례식을 준비하면서는 마음이 어땠냐,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냐…. 사회학, 그리고 대구대 사회학과를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인터뷰한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담고 싶어서 녹음파일을 여러 번 들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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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대 사회학과 장례식(메모리얼 파티)에 마련된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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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대 인문사회 학과 폐과 소식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라는 게 참 슬픈데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보현 기자 🎤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는 2022학년도부터, 경남대 사회학과는 2023학년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지했어요. 대구대도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지한다고 발표했죠. 한국사회학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학에 37개의 사회학과가 남아 있어요. 연구자들은 개인과 사회를 연결 지어 해석하고, 수치화할 수 없는 신호들을 포착하는 학문인 사회학이 앞으로의 우리 사회에 더 절실하게 필요할 거라고 말해요. 전 지방대학의 사회학과들이 먼저 문을 닫는 현상이 특히 문제라고 봐요. 지방이 처한 현실을 사회학적 상상력 없이 경쟁과 효율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그리고 아무도 거기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글쎄요. <뉴스민>이 가야 할 길도 더 험난해지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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