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스민 뉴스레터 담당자 김보현 기자입니다. 뉴스레터를 쓰는 지금은 10월 29일 저녁 9시에요. 작년 이날이 생각나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에 맞춰 서울에서 열린 추모대회 기사를 읽었어요. 뉴스민의 기사도 공유합니다. 참사 이후 1년, 여전히 책임지는 이가 없습니다. 경북 안동에 사는 유가족, 故 홍의성 씨 아버지 홍두표 씨를 박중엽 기자가 만났습니다.
.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또 다른 참사를 겪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그리고 우리 인근지역에서 있었던 산사태 참사. 신고를 받고 누구도 대피시키거나 제때 구조하지 않습니다. 오송 참사에서 사람들을 구조한 버스 기사님처럼 아직도 국가가 아니고 보통 시민이 사람을 살립니다. 참사가 반복되는 것은 정말 책임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어찌 보면 단순합니다. 특별법 통과시키고, 진상을 규명하는 것.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상민은 파면하는 것. 그겁니다. 그게 없으면, 이 참사는 다시 반복되는 겁니다.” (홍두표 씨)
이번 주 뉴스레터는 '대구시 국정감사', 그리고 '대구 신청사 건립'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등장인물이 많아요. 홍준표 대구시장과 권영진 전 대구시장, 김용판 의원까지 복잡다난하니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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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레터 미리보기
* 대구시 국정감사에서 펼쳐진 대구 신청사 문제를 둘러싼 전임 시장과 현직 지역구 국회의원 간 신경전
* 대구 신청사 갈등, 내년 총선에서도 주요 이슈 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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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기 전에 알면 좋은 것
* 대구 신청사 갈등: '대구 시청 이전'은 2004년 무렵부터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현재 동인동 시청의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각 기초지자체서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긴 시간을 끌었습니다. 2019년 권영진 시장 당시, 시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고, 250명의 시민이 모여 이전 후보지의 장단점을 두고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의 달서구 두류정수장 부지에 짓기로 했어요.
하지만 홍준표 시장은 취임 후 신청사 건립과 관련된 정책을 여러 번 번복했습니다. 신청사 건립기금 폐지하겠다, 동인동 청사를 판 매각 대금으로 신청사를 짓겠다, 옛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를 매각해 짓겠다 등 기존 결정을 뒤집는 발언들을 했지만 모두 시민 반대로 무산됐어요. 돌고 돌아 지난 18일 대구시는 원안대로 옛 두류정수장 유휴부지를 매각하지 않고 시청사를 건립하는 방안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신청사를 짓기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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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안녕하세요, 이상원 기자님. 오늘 짚어볼 뉴스는 대구시 국정감사입니다. 홍준표 시장 취임 후 첫 국감이었죠.
이 기자: 맞습니다. 지자체 국정감사는 격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작년엔 건너뛰었고요. 올해 처음 국정감사를 받았습니다. 홍 시장 특유의 독불장군 행태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단연 돋보였어요.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면 국회의원들이 각 기관으로 각종 정보를 요청하는데, 대구시는 다수의 자료 요구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홍 시장이 “국정감사는 국고보조금을 받거나 국가 위임 사무에 국한해 대상이 된다”면서 지자체 사무에 대한 자료 요청은 모두 거부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국정감사 점검 준비회의를 1분 만에 끝냈다고도 해요. 그 자리에서 실국장들을 격려만 하고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말로 마무리했다고 해요. 대단한 자신감이죠. 무슨 질문이든 대응할 준비가 되었다는 거니까요. 그런 면에선 참 대단하다 싶긴 합니다. 다만 그 ‘대응’이라는 게 별로 건설적이진 않을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결과적으로 그 예감대로 국감이 진행됐다는 생각입니다.
김 기자: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나요?
이 기자: 언론에 많이 소개된 건 용혜인 의원과 홍 시장 간의 설전이죠. 지난 6월 있었던 대구퀴어축제 당시 대구시와 경찰의 갈등, 대구시의 집회 도로점용 허가 권한 등에 대한 논쟁이었는데, 사실 새로운 팩트나 대구시의 귀책이 밝혀진 건 없습니다. 이미 보도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나 대구경찰의 입장,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 등을 토대로 용 의원이 질의에 나섰어요. 용 의원은 홍 시장을 다그치려(?) 한 것 같은데, 우리 시장님이 어디 주눅들 분입니까. “법은 내가 더 잘 안다”며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용 의원의 말을 잘라버리거나 눙쳐버리기 일쑤였죠. 용 의원은 용 의원대로 지지 않고 홍 시장에게 맞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남은 건 두 사람의 말싸움뿐이었지만, 불꽃 튀는 질의응답 시간이었던 건 확실합니다.
오히려 홍 시장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기상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시간이었는데요. 최 의원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후 홍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문제 삼으며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 발언”이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홍 시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 부결! 무리하게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도 기각해 줬는데 그 은혜도 모르고 배은망덕하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은 대법원장 표결 후 청구했어야 했는데 무얼 그리 급하게 서둘렀는지 추석 밥상 민심을 기대한 거 같은데 둘 다 망쳐서 유감입니다”라고 썼는데요. 개인적으론 저도 이 발언이 매우 문제적이라고 봤습니다. 법원장 임명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죠.
최 의원의 비판도 그것이었는데요. 홍 시장은 “지적은 새겨듣겠다. 다른 것도 참고해서 각자가 서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 생각한다”면서도 “(배은망덕 같은 표현이)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뜻을 굽히는 모습을 잘 보기 힘든 홍 시장이 의외의 ‘죄송하다’는 발언을 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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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김용판 의원도 논란이 됐잖아요. 국정감사에서 ‘시정 비판’이 아닌 ‘시장 편들기’ 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김 의원이 신청사 문제를 국감에 들고나온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이 기자: 이유는 명확합니다.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권영진 전 시장을 비난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게 정답일 겁니다. 개인적으론 김용판 의원(국민의힘)이 질의를 시작하면서 PPT를 띄웠을 때 웃음이 나왔습니다. 버젓이 ‘홍준표 시장 취임 후 업적’이라 적힌 PPT를 띄웠기 때문입니다. ‘국정감사는 국정에 대한 감시, 비판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적발 시정함으로써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기능인 입법기능, 예산심사기능 및 국정통제기능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제도적 의의가 있다’. 국회가 밝히고 있는 국정감사의 의의입니다. 국감의 의미를 전혀 살리지 못한 PPT를 띄워놓은 채 “대구 국회의원으로서 홍준표 시장님께 감사드린다”는 칭송(?)으로 시작하는 질의가 얼마나 의미 있었겠습니까.
자기 지역구에 해당하는 신청사 건립이 늦어지는 걸로 지역에서도 김 의원은 좋은 평을 듣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최근 홍 시장과 일종의 합의를 이뤄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기도 했죠. 후보지 일부를 매각하겠다는 대구시 입장을 물리게 한 성과는 있지만 사실 다른 땅이라도 팔아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 언제 신청사가 건립될지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변화는 없습니다. 지켜봐야겠지만, 각 유휴부지 매각에 대한 지역별 반대 의견이 또다시 표출될 테니까요. 동인동 시청사만 해도 이미 작년 7월에 매각 의사를 밝혔다가 중구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거둬들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김 의원은 탓할 대상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1순위 탓할 대상은 홍 시장이죠. 사실 홍 시장은 후보 시절 신청사를 옮기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거센 비판에 직면한 적이 있죠. 그 이후 입장을 선회했지만, 시장 당선 후에는 예산을 핑계로 신청사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시민이 정한 대로 추진해 달라는 요구가 홍 시장에겐 먹히지 않으니 적당히 타협하고, 그 비판의 칼을 권 전 시장에게 돌린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더구나 권 전 시장은 신청사 건립을 명분으로 김 의원 지역에 출마를 준비 중이었니까요. 그러다보니 ‘유용’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권 전 시장 비난에 나선 걸로 보입니다.
본인 스스로 출마하지 말라는 말을 하긴 쑥스러웠는지, 권 전 시장의 출마 준비에 대해선 구의원의 5분 발언을 빌려서 비판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지금 권영진 시장은 신청사 기금 유용에 대해 달서구민의 속죄할 시간이다“라고 구의원이 말했다네요.
김 기자: 권영진 전 시장도 가만히 있진 않았죠. 국감 이틀 뒤 실제로 달서구병 출마를 공식화했어요.
이 기자: 네. 공식화하는 간담회 자리에 참석했었는데요. 권 시장은 ‘잘 걸렸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사실 권 전 시장의 간담회는 국감 이전에 이미 계획돼 있던 거라서 국감에서의 김 의원 비난이 트리거가 되어 진행된 간담회는 아니라는 거 먼저 말씀드릴게요. 간담회를 주최한 대구경북인터넷기자협회는 10월 18일에 이미 권 전 시장과 간담회를 25일에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제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서 잘 아는 내용이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김 의원이 좋은 명분을 만들어 준 셈입니다. 권 전 시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역구를 두곤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대구시장 출신이기에 대구 어디를 나가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선택할 순 없는 거니까요. 안동이 고향인 권 전 시장이 대구에 직접적인 연고를 둔 건 고등학교인데, 위치가 동구갑입니다. 시장 시절부터 거주한 곳은 수성구을 지역이고요. 그런데 개인적인 인연 등이 얽히면서 해당 지역구들은 애초에 배제돼 왔다고 전해집니다.
정치는 ‘명분’이 중요한데, 홍 시장이 신청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권 전 시장에겐 옅은 명분이 마련됐죠. ‘십수 년 미뤄진 신청사 문제를 해결한 전직 시장으로서 마지막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건데, 사실 조금은 억지스럽잖아요. 그런 찰나에 김 의원이 좋은 명분을 하나 더 만들어 준 셈입니다. 지지부진한 걸 권 전 시장의 탓으로 삼으니 권 전 시장 입장에선 ‘그럼 내가 해결할게’라고 나서기도 좋아졌고, 국정감사에서 그런 행동을 했으니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하기도 좋아졌죠. 이래저래, 김 의원이 스스로 적을 키운 게 아닌게 싶어지는 대목입니다.
김 기자: 내년 총선까지 이슈가 계속될 텐데, 어떤 내용을 중점으로 살펴보실 계획인가요?
이 기자: 일단 내년도 예산안이 공개되면 얼추 각이 나올 거 같습니다. 대구시가 내년 예산에 신청사 관련 예산을 어느 정도로 반영하느냐에 따라 신청사 건립 속도가 예상될 텐데요. 반영하는 게 사실상 없는 수준이라면, 달서구병은 신청사 문제가 꽤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겁니다. 신청사로 예정되면서 인근에 땅을 가진 지주들의 재산권에 제약이 많이 생겼거든요.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선거에서 쟁점이 될 겁니다.
사실 이 문제는 국비로 해결할 수 없어요. 홍 시장이 키를 잡고 있는 사안이라 국회의원이 할 수 있게 많진 않습니다. 권 전 시장은 홍 시장의 채무 감축 계획을 1년만 미뤄도 5,000억 원이 생기니 그걸로 지으면 될 일이라고 하지만, 홍 시장이 본인 공약을 포기할 리 없죠. 꽉 막혀 있는 형국이라, 어딜 중점으로 전해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쉽지 않네요.
다만, 개인적으론 신청사는 계획대로 추진되는 게 맞다는 입장입니다. 신청사 예정지가 결정된 과정을 보면 이건 시민이 직접 참여한,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결정한 최초의 사례거든요. 덕분에 각 지자체의 반발도 무마할 수 있었습니다. 신청사가 필요하다는 대명제를 부정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해결책을 무위로 돌리는 결정은 새로운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갈등이 무조건 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해결한 갈등을 새로 촉발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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