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스민 뉴스레터 담당자 김보현 기자입니다. 오늘 뉴스레터 주제는 '노동조합'입니다. 대구 달성군의 농기계 기어펌프 회사 조양·한울기공 이야기를 가져왔어요. 지난 5월 이들이 파업을 시작하고 회사에 복귀한 뒤 정리해고를 앞둔 현재 상황까지 담았습니다. 이들에게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며 신중하게 쓰려 노력했어요.
규모가 큰 회사에서 노동조합을 하는 것, 작은 회사에서 노동조합을 하는 것 중 후자가 어려운 건 얼핏 당연해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힘들까'에 대해선 막연하게 느끼실 분이 많을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오늘 레터에선 조양한울분회 투쟁을 통해 '이런 게 힘들구나' 함께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 그럼 뉴스레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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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레터 미리보기
* 103일간 파업 후 복귀한 조양한울 노동조합, 회사는 분회장 해고한 뒤 정리해고 예고
*소규모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한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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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기 전에 알면 좋은 것
*조양·한울기공: 조양은 대구 달성군에 있는 농기계 기어펌프 제조회사입니다.
자회사인 한울기공은 2021년 2월 기어가공 공정 일부를 떼서 만든 법인으로,
대표는 조양 대표의 아들입니다. 두 회사 합쳐 전 직원이 29명인, 작은 회사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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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한울기공(조양한울)의 노동조합은 2018년 처음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가 이듬해 기업노조로 전환했습니다. 사측은 이후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고 분회장을 해고했습니다. 이들은 2022년 8월 다시 금속노조에 가입했고, 교섭을 시작했으나 사측은 계속해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했어요.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조양한울분회)는 올해 5월 2일 파업에 들어갔고 바로 다음 날인 3일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했습니다.
103일간의 파업 후 노동조합은 사측과 합의한 뒤 회사에 복귀했지만 조양한울 노동조합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한 유급순환휴직이 시작됐고, 노조는 일방적으로 결정된 순환휴직이라고 반발했어요. 협의가 없었고, 코로나19 상황을 제외하면 회사 매출도 큰 변화가 없으며 비조합원은 휴직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순환휴직이 진행 중인 이달 9일, 손기백 조양한울분회장은 절도,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사유로 해고됐습니다. 손 분회장은 곧바로 재심을 청구했으나 21일 ‘해고 유지’ 처분이 적힌 재심 통보서를 받았어요. 여기에 더해 회사는 이달 말 3개월 순환휴직이 끝나면 12월 중 구조조정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양한울분회는 이 상황을 ‘대표의 노동조합 탄압’ 때문이라고 봅니다. 반면 사측(대표)은 ‘노동조합이 생겨서 매출이 떨어졌다’고 해요. 기경도 조양한울 대표이사는 22일 취재 요청에 “노동조합 파업이 길어져서 회사가 손해를 봤다. 물량이 얼마 없기 때문에 순환휴직을 하고 있고, 내일모레 정리해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히는 파업 하루 만에 회사가 직장폐쇄를 단행했기 때문에 파업이 길어진 건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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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최근 5년 조양 매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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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한울의 최근 실적은 이렇습니다.
위 표는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최근 조양의 매출입니다. 매출이 코로나19 시기에 급격하게 늘어난 게 보이시죠. 2020년에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찍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국 농기계 판매 및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고객사에서 물량을 늘렸다고 해요. 조합원들은 당시를 “회사는 추가 채용을 하거나 잔업을 시키면 돈이 나가니까 업무 강도를 늘렸다. 한 시간에 10개를 만들던 걸 13~14개 만들도록 생산계획이 내려왔다. 현장에선 할 수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무리해서 해내면 그 물량이 기본값이 됐다. 기업노조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당시 기업노조 형태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이들이 다시 민주노총의 문을 두드리게 된 건 단순히 업무의 과부화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단체협약에 명시된 대의원 회의 중 대표이사가 들어와 ‘바쁜 업무시간에 왜 일을 안 하는지, 안건이 뭔지’ 물었습니다. 법에 명시된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하지 않으니 이들은 다시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준비했고, 회사는 당시 분회장이었던 조농제와 그다음으로 분회장을 맡은 손기백을 순차적으로 해고하려 했어요.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 간판을 다시 달자 해고를 철회했지만 이들의 투쟁은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법적 분쟁도 여럿 얽혀 있습니다.
지난 5월 조양한울분회의 파업이 시작되고 하루 만에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이 기간 동안 대체인력을 투입했습니다. 조양한울분회는 “올해 2월부터 개시된 임금교섭에 대표이사가 불참하거나, 분회장을 징계‧해고‧고소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해 왔다. 주요 고객사에 공문을 보내 직장폐쇄를 암시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키려도 했다”고 봤습니다. 7월 27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도 기경도 조양한울 대표이사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직장폐쇄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맞서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공장, 작업장을 폐쇄하고 근로자의 근로행위를 거부하는 법적 권리입니다. 대법원은 ▲교섭결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 ▲노조 쟁의행위가 불법적이고 파행적인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 ▲회사 직장폐쇄 목적이 쟁의행위로 노사 간 힘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 대해 방어하기 위한 것인지 등 여부에 따라 직장폐쇄의 적법성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9월에는 조양한울분회가 대표이사를 업무상 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달성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이사가 며느리 등 본인 가족을 사내이사로 장기간 등재시켜 놓고 실제 근무를 하지 않음에도 급여를 지급했다는 주장입니다.
반대로 회사는 손기백 분회장을 올해 초 절도,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형사 고소했고, 현재 이 건은 검찰에 넘겨진 상황입니다. 회사의 주요 프로그램을 절도한 뒤 고의로 삭제해 업무방해를 했다는 혐의입니다. 회사는 이 사유로 분회장을 해고했어요. 조양한울분회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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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조양한울분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보면 2021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입니다. 노동조합 조직률은 민간보단 공공부문이, 소형 사업장보단 대형 사업장이 높아요. 사업장 구조별로 살펴봤을 때 300명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이 46.3%에 이르고 100∼299명 사업장 10.4%, 30∼99명 1.6%입니다. 30명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2%에 그쳤어요.
대구는 특히 10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 지역입니다. 김우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의 ‘100인 이하 사업장 노동실태조사 결과’(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이슈페이퍼 e-금속이슈 2023년 1월호)에 따르면 울산, 서울, 대구지부에 100인 이하 사업장이 많이 분포돼 있습니다. 유연근무제 때문에 주 52시간을 넘게 근무하는 사업장이 많다거나, 작업중지권 사용이 어렵기도 해요. 무엇보다 100인 이하 사업장은 여전히 근로기준법, 노동법, 산업안전보건법이 지켜지지 않거나 열악한 조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은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어렵지만, 만든 이후 조직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조양한울분회처럼 사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조합 때문에 매출이 떨어진다’는 입장으로 압박을 해오기 때문입니다. 개별 지회의 노력만으로 쉽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조양한울분회의 100일이 넘는 파업 기간 민주노총뿐 아니라 지역 진보정당, 시민사회가 함께 결합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습니다. 손기백 분회장은 지역사회의 연대와 지지에 힘을 얻었다고 말하면서 노동청의 지지부진한 대처가 아쉽다고 말했어요.
최일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지회장은 24일 <뉴스민>에 "조양한울분회장의 해고 사유는 억지이다.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 것"이라며 "노동청 단계에서 강도높은 처벌이 이뤄졌으면 대표이사도 지금처럼 마음 놓고 합의를 무시하진 않을 것이다. 이익 잉여금이 상당히 많은데도 정리해고를 예고했기 때문에 금속노조 차원에서 강도높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의 투쟁이 힘든 점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어요. "사업장 규모가 크고 특히 전문 경영인이 있는 경우 노동법을 잘 준수하려 하기 때문에 노사 관계가 대체로 합리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사업장이 작으면 대표가 회사를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가 크다. 심지어 벌금을 내더라더도 노동조합을 파괴한다는 태도로 대응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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