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장은미 기자입니다. 😊
지난달 28일 밤늦게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출입국사무소의 강제 단속을 피하던 25살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건데요. 사망한 베트남 국적의 이주노동자 뚜안(가명, 25) 씨는 부모가 일하고 있는 한국으로 유학을 왔고, 대구 소재 한 대학을 졸업한 뒤 성서공단에서 일한 지 2주 만에 변을 당했습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이상원, 박중엽 기자가 기사에 다 담지 못한 관련 뒷이야기를 전해드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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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당일에 현장을 가보셨다고요?
이상원 기자 🎤 네, 그날 저녁 8시쯤에 박중엽 기자가 전화가 왔는데요. 하필 화요일 저녁 8시는 제가 한창 대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 시간이거든요. 전화는 못 받고, 수업 중이라고 문자를 보내니 박중엽 기자가 바로 답이 왔죠, “성서공단 단속하다가 사망사건 일어났다네.”라고. ‘아이고’ 하는 신음소리부터 낮게 나왔습니다. 수업시간도 남아있는데, 이 분야 전문인 박 기자도 이날은 다른 업무 때문에 늦어도 9시까지 못 움직이는 걸로 알고 있었으니까요. 일단 유무선으로 상황 파악을 해보고, 단신으로라도 기사를 써보자고 정리했는데, 다행히 제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났어요.
박 기자가 못 움직이니까 저라도 먼저 현장을 가봐야 겠다 싶어서 시동을 걸면서 금속노조 성서공단지회장에게 전화를 했어요. 사고가 난 업체가 어딘지 공유를 받고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죠. 전화로 공유 받을 땐 아직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이고, 어수선해서 눈치보고 사고 현장까지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어서 서둘러 가봤는데, 제가 딱 도착했을 무렵에 막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하더군요. 사고 현장 통제도 시작됐다고 하구요. 🏭
무슨 일이 생긴건지, 사고 현장을 다녀온 노조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는데, 사고업체 입구 앞으로 택시가 여러 대 섰어요. 고인의 직장 동료들이 병원으로 가려고 택시를 부른 거였어요. 삼삼오오, 고인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녀, 이주노동자들이 택시에 몸을 싣고 떠났고, 얼마 뒤에 박중엽 기자도 현장으로 왔습니다. 제가 계속 사고 경위를 파악해서 짧은 단신을 쓰기로 하고, 박 기자는 곧장 병원으로 넘어갔죠.
사고 경위를 듣는데 법무부 측이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우려가 먼저 들었어요. 단속반이 철수한 후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에요. 단속반이 철수한 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인이 사고를 당한 것인데, 일단 강제 단속이 젊고 경험이 없는 고인에게 준 충격, 그로인한 어떠한 이유로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닐까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실제로 그가 친구에게 숨 쉬는 게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설명도 들었거든요. 박 기자에게 직접 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으면 확인해보라고 주문을 해뒀는데, 그날은 유족들의 경계가 심해서 여의치 않았습니다.🏥
실제로 사고 보도가 나간 다음 날 법무부가 밝혀 온 첫 반응도 사고와 단속이 직접 관련성은 없다는 거였죠. 안타깝고, 허망한 마음이 컸어요. 고인이 스물다섯 밖에 안된 젊은 청년이고, 일을 시작한지도 2주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도 그랬고요. 칠곡 왜관읍에서 황급히 달려온 부모님이 딸의 시신을 옆에 두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사진도 공유 받았는데, 기사에 그대로 쓸 순 없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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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공장 앞에서 성서공단노조 관계자 등이 사고 상황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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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식장도 다녀오셨는데 상황은 어땠나요?
박중엽 기자 🎤 사고 당일, 바로 장례식장부터 갔습니다. 그 당시는 장례식을 국내에서 치를지도 정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고인은 안치실에 있었고, 문 밖으로 어머님의 울음소리만 들렸어요. 시간이 지나며 장례를 국내에서 치르기로 하고 빈소가 차려졌어요. 부모님 모두 국내에 체류 중이라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장례식장에는 애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고인과 친했던 친구들이 모여 일을 거들었고, 고인과 직접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같은 나라 사람이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어서 많이 모여 들었어요. 50명이 앉을 수 있는 장례식장에 빈 자리가 나지 않았어요.
고인이 프로필로 찍은 사진이 영정사진이 됐고요. 그 아래에는 고인이 좋아했던 바나나 단지우유, 초코파이가 놓였어요.🍪🧃
고인의 아버지는 급하게 달려오셔서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선 이튿날까지도 갈아입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발인이 되어서야 정장으로 갈아 입었어요. 장례 행렬은 고인이 사고가 난 공장에서부터 화장터까지 이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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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 28일 성서공단 내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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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법무부, 업체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취재도 하고 계신데 기억에 남는 상황이나 장면이 있나요?
박중엽 기자 🎤 화장터에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의 영정사진 사이에 앳된 얼굴의 영정 사진이 놓였어요. 대기실에서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부모님을 지인들과 스님들이 부축하고 있는데, 그 위로 텔레비전에서는 APEC 정상회의 뉴스가 이어졌어요. 각국 정부 인사들과 재계 관계자들이 웃으며 교류하는 장면이었죠. 고인은 APEC을 계기로 시작한 정부 합동단속 과정에서 사망했죠.📺
법무부는 줄곧 사망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입장을 내고 있어요. 하지만 이 사건은 전적으로 법무부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고인은 졸업하고 구직비자(D-10)를 갖고 있다가 취직이 어려운 상태였어요. 취직 대신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하고 잠시 경험 삼아 취직해본 것이 2주 전이에요.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출입국에서 단속에 나서서 숨었어요. 출입국에서 장시간 수색을 이어갔는데, 저녁무렵에야 체포한 사람들을 외국인보호소로 이송하기 시작했어요. 고인이 추락한 시점은 오후 6시 30분경인데, 법무부는 6시 10분에 단속을 중단했다고 해요. 하지만 그 공장에서 일했던 복수의 사람들은 단속 종료 후에도 숨어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공장을 계속 뒤졌다고 해요. 🏭🏭🏭
사고의 직접적인 계기는 법무부 강제단속이고요. 큰 틀에서는 이상한 비자 제도가 이 사고의 배경이죠. 구직 비자로 취직할 수 있는 곳이 교수직처럼 전문직으로 제한돼 있어요. 산업, 농어업 등 여러 분야에서 이주민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일을 못하게 막아 놓아서 억지로 이주민이 규정을 위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지금 제도의 문제예요.🙅🙅🙅
왜 그래야 할까요? 고인이 사망한 당일부터, 발인할 당일까지도 공장은 쉬지 않고 돌아갔고요, 단속되지 않은 다른 이주민들이 공장을 돌렸어요. 제도가 어떻든 그곳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일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현실에 맞게 제도를 바꾸면 되잖아요. 억지로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 놓고, 사람이 사고로 자꾸 죽는데도 단속을 이어가는 국가가 이 사고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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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대구경북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연대회의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또 한 명의 이주노동자가 죽었다. 인권침해, 폭력적인 정부합동단속 즉각 중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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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의 불안한 신분 문제, 제도적 문제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이야기를 해주신 거 같은데요. 관련해서 이런 비극을 막기위한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까요?
박중엽 기자 🎤 이주노동자 단속에는 왜 영장을 발부받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어요. 신체의 자유가 있고, 헌법에도 체포를 할 때는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주민에게는 왜 이를 적용하지 않을까요. 이주민은 사람이 아니란 건가요. 한국이 LG엔솔의 한국인을 단속한 미국 욕할 수 있나요. 한국은 더 심해요. 사람이 죽고 다쳐요.
단속할 때는 현장의 안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해요. 추락의 위험이 있는 곳에는 에어메트라도 설치하고요. 그런 조치 없이 단속한다는 건 일단 다치거나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잖아요. 단속할 때 법무부만 가지 말고 지자체나 인권위라도 함께 가야 해요.
그리고 이상하고 복잡한 비자 제도를 바꿔야 해요. 지금 지역에 일할 사람 없는 것 다 아는 사실이죠. 이번에 사망한 고인처럼 본인도 원하고 산업현장도 원하는데 일을 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어요. 지자체는 또 광역비자라고 하면서 새로운 비자 제도를 만들고 새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데에만 관심 있지 지금 한국에서 같이 살고 있는 이주민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주민도 사람이라고 여기고 정책을 펼치는 것, 그것이 필요해요. 그러지 않고 '인권'을 입에 올린다면, 그건 서글픈 위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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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다섯 살 노동자 뚜안(25, 가명)의 장례식장 영정 사진 앞으로 생전 고인이 좋아하던 바나나 단지 우유 등이 놓였다. 일을 마치고 장례식장으로 온 뚜안의 친구들이 올린, 뚜안이 생전에 좋아했던 것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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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민스 독자인터뷰] ☕
뉴스민은 독자와의 소통을 늘리고,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 해왔는데요. 뉴스레터 독자인터뷰를 통해 독자와 대화를 이어가보려 합니다. 뉴스민 기자들이 차례로 후원회원인 뉴민스 여러분과 뉴스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그 내용을 뉴스미니를 통해 전해드립니다. 주로 전화를 통한 짧은 인터뷰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
뉴스민 기자들과 나도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뉴민스 여러분도 적극 환영합니다. 이 자리를 통해 뉴스민이 뉴민스 독자 여러분을 더 이해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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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뉴민스 독자인터뷰는 이상원 기자가 맡았습니다! 😺
[오늘의 뉴민스] 장연주 님🖊️
울산에서 상담활동가로 일하던 장연주(30) 뉴민스는 올해 여름, 경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지금은 ‘경주이주노동자센터’에서 활동하며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지역에서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뉴스민에게 “같이 활동하는 동지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그는 지난 9월부터 뉴민스가 되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지금은 경주이주노동자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8월 초에 경주로 이사를 오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울산에서 가정폭력·성폭력 통합상담소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 활동가로 일했습니다.
경주에 연고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2023년쯤 ‘너른벽’이라는 책방을 자주 오가면서 지역 사람들을 알게 됐어요. 책방을 통해 친구처럼 지내는 분도 생겼고, 그 인연으로 경주라는 도시가 점점 익숙해졌죠. 마침 센터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옮기게 됐어요. 고향은 부산이고, 양산과 울산을 오가며 지냈어요. 경북 지역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Q. 뉴스민을 후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특별히 누가 권유해서라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울산에선 ‘울산저널’이라는 지역 언론을 봤었는데, 지역 언론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버티는지 조금은 알게 됐거든요. 뉴스민 기사를 자주 접하면서 지역의 다양한 이슈를 꾸준히 다루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노동, 환경, 이주, 사회운동 등 광범위하게 기사를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후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 거 같아요. 특정한 기사로 계기가 생겼다기 보단 같은 지역에서 같이 활동하는 단체라는 느낌, 언론사를 넘어서 같이 활동하는 동지들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연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거 같아요.
Q. 인상 깊게 본 뉴스민 보도가 있으신가요?
- 최근에는 아무래도 제가 이주 센터 일을 배우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지역이나 아니면 주요한 이주 노동자 관련 기사를 좀 적극적으로 제가 찾아보기도 하고, 되게 빠르게 기사들이 올라오기도 해서, 그런 기사를 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구요.
최근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중 발생한 사망 사건 관련 보도도 있는데요. 사실 이런 현장에서의 비극이나 구조적 문제를 언론이 신속하게, 또 정확하게 다루지 않으면 금세 묻히 잖아요. 뉴스민은 그런 현장을 취재하고, 지역사회의 의제로 던져준다고 생각해요. 저도 장례식장에 다녀왔고, 뉴스민 기자님도 현장에서 만났어요.
Q. 뉴스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 지금처럼 지역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잘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서울·수도권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대형 언론이 다루지 못하는 지역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발굴하는 게 뉴스민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더 ‘가장자리’에 있는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변두리, 주변부, 그리고 소수자들의 삶. 그 이야기들을 꾸준히 발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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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연주 뉴민스가 경주의 독립책방 너른벽에서 산 책들. 그는 책을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훨씬 빠른 책수집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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