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2월의 첫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를 맡은 김보현 기자입니다.
2026년의 시작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올해 목표로 ‘사랑하기, 움직이기, 잘 먹기’ 세 가지를 적어두었습니다. 1월을 돌아보니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점수는 50점쯤이더라고요. 생활습관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바쁘게 지낸 것 같은데, 일기는 1월 3일에서 멈춰 있고요. 2월에는 좀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그래도 1월 목표 중 하나는 해냈습니다. 2년여 전, 한 독자님과 했던 약속인데요. 오늘은 그 결과물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뉴스민이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기후로운’ 시리즈입니다. 이번에는 농촌의 쓰레기 문제를 기후위기와 연결해 다뤘어요. 산불 뉴스를 보며 ‘왜 농촌에서는 아직도 쓰레기를 태울 수밖에 없을까’라는 질문을 가져본 적 있다면, 이번 기사가 흥미롭게 다가오실 것 같습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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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획은 오래된 빚을 갚기 위해 썼습니다.
🎤2년쯤 전이었어요. 여느 때처럼 기사 아이템을 찾느라 인터넷 바다를 헤매던 저녁, 청도에서 농사를 짓는 한 후원회원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기후로운 투표생활’ 기사를 쓰며 도움을 받았던 분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죠. 안부 인사를 나누다 농촌의 일상, 그리고 농촌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문제까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꼭 기사로 쓰겠다고 말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기사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늦었지만 약속을 지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 잠깐 ‘기후로운 농촌쓰레기’ 기획을 소개해 드리면요.
🎤농촌의 생활쓰레기와 영농폐기물·영농부산물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4편에 걸쳐 짚었습니다. 최근 대형 산불을 계기로 농촌 쓰레기가 ‘문제’로 호출되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행정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영역이기도 합니다. 수거차량은 일주일에 1번 정도 농촌마을에 들어오는데, 그전까지 쓰레기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관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쓰레기는 길가에 방치되거나 몰래 태워지거나 마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었죠. “왜 태우느냐”고 묻기 전에, 도시와 다른 농촌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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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안강읍의 한 농촌마을 쓰레기 공동배출장. 인근에 체육공원이 있어 외지인이 무단투기한 쓰레기까지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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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쓰레기 문제 해결이 중요한 이유는요.
🎤기후위기 관련 기사를 쓰면서 가장 자주, 또 가장 어렵게 마주하는 말이 ‘기후정의’입니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닥치지 않고 그 부담은 늘 더 취약한 곳으로 흘러갑니다. 농촌을 취재할수록 이 말을 실감하게 돼요.
농촌에서 쓰레기는 단순한 생활 문제가 아니라 ‘과제’이자 ‘스트레스’입니다.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농촌에도 택배 상자와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었지만,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집과 집 사이가 먼 농촌에는 배출장이 마을에 한두 곳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배출장을 관리하는 사람도, 분리수거를 위한 별도의 공간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배출장 자체가 없는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공터에 쓰레기를 모아두기도 합니다. 그렇게 내놓은 쓰레기는 까마귀나 고양이에 의해 헤집어지고, 바람을 타고 흩날립니다. 환경미화원이나 관리 인력이 상시 존재하는 도시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죠. 쓰레기 양이 늘수록 이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옵니다.
생활쓰레기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영농부산물 소각입니다. 산불 위험과 직결되기 때문인데요. 위험성이 큰 폐농약과 폐농약병조차 제도가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종류도 많고 양도 많은 영농부산물 처리는 사실상 농민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특정 시기에 파쇄기를 빌려주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마을 단위로, 주요 농작물 특성에 따라 나오는 부산물을 공동 처리할 수 있도록 돈과 사람이 함께 투입돼야 합니다. 농업의 공익성을 인정하는 흐름 속에서 ‘농민 기본소득’ 같은 논의가 이어지는 것처럼, 농촌 쓰레기 문제 역시 그 연장선에서 다뤄져야 해요.
🤔 기사를 쓰며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말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농촌 쓰레기의 많은 영역이 여전히 개인에게 떠넘겨져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더 분명히 느꼈습니다. 이번 기획에서 경주를 취재 지역으로 삼은 이유는 최근 마을 쓰레기 분리배출장 확대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공간이 생긴 이후, 마을에는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경주 안강읍의 두 농촌 마을을 찾아 이장님들과 함께 마을을 한 바퀴 돌았어요. 쓰레기에 대한 고민을 듣고, 분리배출장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도 살펴봤습니다. 농촌에서 이장님들이 맡는 역할은 큽니다. 이장 제도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빠른 고령화 속에서 이장님들은 어르신들의 휴대폰 사용을 돕고, 귀농·귀촌인의 정착을 돕는 역할까지 맡곤 합니다. 제가 만난 이장님들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배출장까지 거리가 먼 주민을 위해 마을 반대편에 소형 배출장을 설치하고, 쓰레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그물망을 설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다른 마을에서는 배출장을 일주일에 하루만 열고, 그 시간 동안 직접 나와 주민들이 가져온 쓰레기를 받아 분리수거하는 이장님도 만났습니다. 욕을 먹으면서도 “이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말하던 모습이 오래 남았습니다.
하지만 공간만 있고 관리할 사람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이장님을 비롯한 개인의 헌신에 기대기보다, 쓰레기 관리가 ‘일자리’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죠. 노인일자리를 활용한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물걸2리 사례가 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쓰레기 수거차가 오기 전까지 마을에서 쓰레기를 관리할 공간과 사람, 그리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 복잡한 문제가 아닌데도 왜 이렇게 오래 방치돼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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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걸2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모두 한곳으로 모입니다. 이곳에는 ‘쓰레기 분리배출장’이나 ‘재활용 마당’ 대신 ‘마을자원 순환 텃밭 모아’라는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올해로 5년 차가 된 모아는 이제 쓰레기뿐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가 함께 모이는 공간이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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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쓰레기, 기후위기, 마을공동체라는 세 가지 키워드는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 농촌 쓰레기 문제의 해법으로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강원도 홍천군 물걸2리의 환경동아리 ‘삼삼은구’입니다. 귀촌한 주민들과 원주민들이 함께 마을의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노인일자리를 활용해 생활쓰레기를 관리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쓰레기를 줄이고 다시 쓰고 고쳐 쓰는 방법까지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다녀온 뒤, 이 문제의 핵심은 결국 ‘마을공동체의 회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지인인 삼삼은구 멤버들이 마을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기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도 인상 깊었습니다. 쓰레기를 비롯한 농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처럼 시간을 들여 공동체를 고민하고 관계를 쌓아가는 청년 활동가들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쓰레기 분리배출장 확대를 넘어, 이 공간을 관리할 인력까지 지원하는 사업, ‘클린농촌단’을 처음 시작한다고 합니다. 활동 인력에게 소정의 활동비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해요. 이 사업이 실제 농촌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무엇이 더 필요한지는 후속 취재를 통해 계속 짚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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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돌봄일기🏡
반려동물, 육아, 가족, 나 자신까지
뉴스민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겪는 ‘돌봄의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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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보 아빠, 이 기자
2024년 9월 3일 낮 2시 7분, “으아아아앙”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새 가족이 제게 왔습니다. 무사히 아들을 받아 준 선생님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작디작은 생명체를 저에게 인도하며 “울음소리가 어마어마하네요. 부모님이 고생하겠어요”라고 말했죠. 그로부터 500여 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매일 아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의사 선생님 말씀이 무슨 의미였는지 깨닫곤 합니다. 세상의 사건사고를 기록하는 일을 하는 만큼, 아들과 함께하는 사건사고를 기록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욕심이긴 했습니다.
2024년 9월 18일, 그 욕심을 실현하기 위해 처음 시도를 했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났다. 주말을 포함한 5일이 육아 준비를 하다 보니 순삭이다. '조리원에 있을 때가 마지막 휴가'라거나, '아기는 자고 있는 모습이 가장 천사 같다'는 따위 말의 의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배가 고프다는 건가, 기저귀인가, 더운가. 아기의 니즈는 알다가도 모르겠고, '마지막 휴가'는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럴듯한 글과 말로 새로 맞이한 가족을 환영하려 했지만, 그런 건 한동안 가능할 거 같지 않다. 천사 같은 지금 이 모습이 어느 순간 또 돌변할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시간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에는…”
‘마지막 휴가’가 끝이 나면서 그럴듯한 글과 말로 새로 맞이한 가족을 환영하기 위한 시도는 더 어려워졌지요. 그 사이 대한민국에선 무도한 권력자가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지르면서 기록해야 할 사건사고가 너무 많아지기도 한 탓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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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그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전쟁 같은 육아를 치르면서 틈틈이 기회가 있을 때,
“세상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를 존경하게 되는 순간. 휴일은 휴일이 아니어진 지 꽤 됐고, 비몽사몽으로 보내는 하루도 늘고 있고, 어제까진 다 알 것만 같던 너의 울음이, 오늘은 다시 1도 모르겠는 미궁의 메시지다. ‘넌 내 인생에서 네 엄마 다음으로 알다가도 모를 존재야.’ 혼잣말에 아내는 풉 웃지만, 나는 울 것만 같은 개천절.” (2024년 10월 3일)
난생처음 하는 ‘육아의 고통’을 알게 되면서 세상 모든 아버지, 어머니에게 헌사를 바치거나,
“신은 왜 인간이 태어날 때, 미성숙한 존재로 나게 하는 것일까. 배앓이로 고통스러워하는 너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배앓이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소화기관의 미성숙으로 발생한다는 게 일반적 통설이라고 한다. 병원과 조리원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고, 일주일이 지났을까, 그 무렵부터 너는 해가 질 시간이 다가오면 배앓이로 고통스러워했다. 엄마 아빠는 너의 울음소리로, 너의 몸짓으로 네가 겪지 않았으면 하는 고통을 또 겪는구나 안다.
정말 아기는 ‘응애, 응애’ 운다는 걸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응애, 응애’ 대신 악에 받친 목소리로 숨이 넘어갈 듯 울다가, 제풀에 지쳐 앓는 소리를 낼 때,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에 답답함과 먹먹한 감정이 다가온다.” (2024년 10월 4일 中)
배앓이하는 아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과 고민을 풀어내기도 했고,
“오늘은 아빠가 어릴 적부터 꽤 긴 시간을 자란 공간을 처음 방문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집이다. 아빠는 이곳에서 아빠의 할머니와 함께 유년기를 보냈고, 몇 년 이사를 나간 적은 있지만, 청소년기의 대부분, 청년기까지 다 이곳에서 먹고, 자고, 쌌다. 이젠 이곳에 아빠의 흔적은 거의 없지만, 이곳은 아빠의 시작인 곳이고, 어쩌면 끝이 될지도 모를 곳이기에, 너의 오늘은 내게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너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전에 없던 기쁨을 요즘 느끼고 있는 걸로 보인다. 어린 시절 모범생으로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대를 샀던 아빠는 철이 든 후 그 기대를 모른 척하며 지금의 삶을 살고 있다. 그 탓에 가슴 한 곳엔 늘 죄송한 마음을 품고 살아왔는데, 너를 보며 전에 없이 환하게 웃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조금은 내게 면죄부를 주는 듯하다. 고맙다. 아들.” (2024년 10월 20일 中)
처음 고향집을 아들과 함께 방문하면서 느낀 소회를 기록하고,
“다행히 네 엄마는 꾸벅꾸벅 조는 아빠를 어여삐 여겨 잠시라도 누워 눈을 붙일 수 있도록 배려해 왔는데, 전설 같은 일은 그러니까 그 배려와 배려가 쌓여 어느 날 벌어진 일이다. 너의 안전을 확인하려 설치한 베이비 캠이 없었더라면, 아빠는 엄마의 이야길 듣고도 아마 믿지 않았을지 모른다.
11월 초입의 어느 날 너의 배고픔을 보충한 엄마는 아빠를 애타게 찾았다.
“오빠”, “......”, “오빠”, “......”, “....채운이 아빠?”, “으, 응?”
녹화된 영상 안에서 벌떡 일어나 너와 엄마에게 향하는 아빠를 보며, 아빠는 놀라움과 황당함으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의 설명대로면 이미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아빠와 마찬가지로 비몽사몽인 네 엄마가 “오빠”를 애타게 찾으며, 옆에 있는 물건까지 던져가며 깨워야 했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은 것처럼 “아빠”로 바꿔 부르자 거짓말처럼 눈을 뜨더란다. 엄마는 뾰로통하게 말했다. “이젠 오빠는 없고, 아빠만 남았네” 당황한 아빠는 어색함을 감추려 또 한 번 웃을 수밖에 없었다.” (2024년 11월 14일 中)
서서히 ‘오빠’에서 ‘아빠’가 되어가는 모습을 기록하기도 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이 기록을 끝으로 아들과 벌어지는 일을 기록하는 일은 뒷전이 되고 말았더랬죠. 다행히 무도한 시도가 진압되고, 세상의 사건사고를 기록하는 데 조금은 힘을 덜 들여도 되는 시절이 되어, 이제 다시 아들과 나누는 삶을 기록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밀린 방학 숙제를 해내듯 과거의 기억도 기록해 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잊혀지기 전에 말이죠. 그 과정을 4, 5개월에 한 번꼴로 뉴스미니를 통해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빠’가 ‘초보 아빠’를 거쳐 ‘베테랑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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