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첫 돌봄일기를 쓴 뒤 5개월 만에 두 번째 돌봄일기를 쓰게 됐습니다. 첫 돌봄일기를 다시 보니, 육아일기를 쓰고 싶지만 잘되지 않았다는 자기 고백과 함께 돌봄일기 코너를 위해서라도 기록을 남기도록 해보겠다고 했었네요. 쉽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선거가 있었잖아요. 대구시장 선거가 역대급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저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대구가 어떤 모습일지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생각하니, 임하는 마음가짐도 조금은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 우리 아이들이 더 좋은 대구에서 살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하며 취재하고 보도했지만, 결과는···. 처음 불만이 생겼습니다. 선거 결과는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데, 결정은 점점 그 미래와 상관없어질 어른들이 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생기더군요. 공동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짐이겠지만, 적어도 투표 연령을 낮춰 청소년들이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성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건 돌봄일기 코너의 취지는 아니니까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대신 그 바쁜 와중에 틈틈이 썼던 두 편의 육아일기를 공개합니다.
첫 편은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직전에 쓴 일기입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던 3월 23일에 쓴 것이거든요. 아이가 아팠습니다. 그때도 안 바쁜 건 아니었지만, 아이에게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요. 더 바빠지기 전에 아파서 입원까지 했습니다. 아이가 아픈 걸 보면,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말은 정말입니다. 대신 아픈 게 덜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애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며칠 전부터 열이 오르다 내리다 했는데, 이런 적이 자주 있어서 별일 있겠어 했다가 큰코다쳤다. 주치의 선생님처럼 찾아가던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청진을 해보시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큰 병원에 가서 입원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폐 소리가 좋지 않다며. 부랴부랴 인근 병원으로 가 입원했다. 사흘째 병동에서 밤을 보낸다.
문제는 그사이 내 몸에도 이상이 왔다는 점이다. 열이 오르락내리락하고, 기침이 잦은 게 애가 앓은 병이 그대로 내게 전이된 것 같다. 그런데도 빌어먹을, 일이 너무 많다. 이놈의 선거는 왜 이렇게 쓸데없는 이슈를 많이 만들어내는 건지. 뽑아놓고 보면 결국 그놈이 그놈이라는 푸념으로 끝나고 말 건데, 제발 그런 선거 만들지 말자고 이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하니 마냥 모른 체할 수도 없다.
조직 내 잡무도 많다. 곧 총회가 있고, 회계처리도 해야 하고, 새 식구 맞을 준비도 해야 한다. 하, 참. 선거가 끝나면 육아휴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공표한 상태다만, 6개월의 육휴가 6초 만에 끝날 것 같은 좋지 않은 예감도 뒤따른다. 아니, 혹시 민주당 대구시장이라도 탄생하면… 계획대로 육휴에 들어갈 수 있을까… 에혀.
새벽 1시, 주호영 컷오프 분석 기사를 마감하고, 경북 진보교육감 인터뷰 기사 갈무리를 잡으려다 말고 주저리주저리 쓰는데, 잘 자던 아들놈이 별안간 “아빠! 아빠, 아빠” 한다. 허겁지겁 달려가니 잠꼬대. 무슨 꿈을 꾸는 것이냐… (2026.3.23)
두 번째 일기는 4월 하순입니다. 기자 아빠의 육아와 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기 위한 고군분투기인데요. 둘 다 잡아내지 못하면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가 어렵다는 점, 선배 엄빠들은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내는 스케줄 근무를 한다. 남들처럼 평일 5일을 일하고 주말 2일을 쉬는 게 아니라, 근무 스케줄에 따라 일하고 쉰다는 의미다. 그래서 둘이 함께 쉬는 주말은 좀 중요하다.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기 때문이다.
4월 26일 일요일, 아내가 쉬었다. 중요한 날이다. 그런데 또 다른 중요한 업무가 있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다. 오후 3시부터 예정된 개소식 취재를 후배들에게 맡기기도 애매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미 그 전주 주말에 혼자서 아들을 보며 김부겸 후보의 공약 발표회 취재를 시도한 바 있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캠프 대변인에게 우스갯소리로 아들을 봐주시면 취재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현장 취재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나름 철저히 계획을 세웠지만,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계획이란 이런 거였다. 다행히 김 후보 선거사무소 인근에는 두류공원이 있다. 공약 발표 기자회견은 오후 2시. 2시간 정도 일찍 나가서 인근에서 밥을 먹고, 1시부터는 두류공원에서 놀면서 아이를 피곤하게 만든 후 2시에는 재운다. 보통 어린이집에서 점심 먹은 후에 자는 시간이니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리 선거사무소 인근에 아이와 함께 밥을 먹을 만한 곳을 물색하고 점심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아뿔싸. 이 식당, 폐업했다. 카카오맵은 왜 폐업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것인지 원망하며 긴급하게 인근의 또 다른 식당을 찾았다. 20개월도 되지 않은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건 제한적이라 식당 물색에 시간이 걸렸다.
겨우 찾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시간은 오후 1시였지만, 그곳에서 두류공원까지 이동하는 데 20분이 걸렸다. 그사이 아이는 유아차에 편하게 앉아 세상 구경을 했다. 아아, 실패의 기운이 이때부터 조금씩 풍기기 시작했다. 1시 30분쯤 두류공원에 도착했지만 아이는 2시가 다 되어도 쌩쌩했다. 대변인에게 전화를 해 현장 취재는 어렵겠다고 전하고, 아이와 두류공원을 탐험했다.
그날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다. 아들뿐 아니라 아내의 니즈도 만족시킬 수 있는 계획. 다행히 김 후보 선거사무소 인근에는 두류공원뿐 아니라 그 맞은편에 대구의 랜드마크 이월드도 있다. 좋다. 이번엔 이월드다.
아내에게 계획을 알렸다. 오전 일찍 이월드에 가자. 개소식은 3시니까 오전부터 놀다가 개소식에 잠시 다녀오겠다. 아내는 흔쾌히 컨펌을 해줬다. 아이와 함께 새로운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흡족해하는 것 같았다. 3시면 더운 시간이니까 야외에 있기보다 실내에 있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나름의 논리도 적절했던 것 같다.
오전 10시, 이월드 오픈 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할 수 있도록 움직였다. 도착하니 10시 10분 전. 표를 사고 줄을 서서 오픈런에 성공했다. 어릴 땐 우방랜드였던 곳이 이월드가 되었고, 몇십 년 만에 아이와 함께 온 건 나에게도 남다른 감회를 남겼다. 여하튼 10시부터 근 2시 30분까지 이월드를 누볐다. 아이와 아내는 즐거워했다. 회전목마만 4번인가 5번을 탈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3시 김부겸 후보의 개소식 취재까지 무사히 마치고, 기사 마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매우, 피곤한 하루였다. (2026.4.26)
두 편의 일기를 다시 읽어보니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이는 늘 제 삶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는데, 기록 속에서만큼은 늘 선거와 기사 마감, 취재 일정 사이에 끼어 있었습니다. 그게 조금은 미안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역시 우리 가족의 진짜 모습이기도 합니다. 기자인 아빠는 늘 세상의 사건을 기록하러 뛰어다니고, 그 사이사이 아이는 아프고, 자라고, 놀고, 잠꼬대를 합니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기다려주지는 않더군요. 결국 두 삶은 늘 동시에 흘러갑니다.
선거는 끝났고, 또 다른 취재가 시작됐고, 아이는 어느새 또 훌쩍 자랐습니다. 돌이켜보면 3월의 입원도, 4월의 이월드도, 그때는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였는데 시간이 지나니 우리 가족만의 소중한 이야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록은 늦게라도 남겨야 하나 봅니다.
다음 돌봄일기는 조금 더 빨리 쓰겠다고 약속하지는 않겠습니다. 지난번에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요. 대신 기사 마감 사이, 아이가 낮잠을 자는 짧은 틈이라도 놓치지 않고 조금씩 적어두려 합니다. 언젠가 아이가 커서 이 글들을 읽게 된다면, “우리 아빠는 참 바빴구나”보다 “그 와중에도 나를 잊지는 않았구나”라고 기억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