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령경 뉴민스는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연구교수로 국가폭력과 인권, 평화를 연구한다. 대구에서 성장한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계기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고, 22년간 일본에 머물며 연구와 강의,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왔다. 2024년 9월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대구 경북지역의 한일 시민연대운동,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등 국가폭력 역사를 규명하고 기록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이 교수는 지역 언론이 지역의 묻힌 역사를 장기적으로 취재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이 끝난 뒤 보도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증언할 수 있는 이들을 꾸준히 만나고 기록하는 탐사보도가 필요하다”며 뉴스민이 대구의 민주화운동과 국가폭력의 역사를 더 깊이 다뤄주길 바랐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대구 출신으로, 현재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릿쿄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한일관계사, 한국과 일본의 디아스포라, 국가폭력 문제를 공부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 만들어질 때부터 회원으로 참여했습니다.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일본 시민들을 만난 것이 일본 유학의 계기가 됐어요. 일본에 머무는 동안에도 대구 시민모임,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희움, 일본의 지원 활동가들을 연결하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2024년 9월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팀과 함께 조작간첩사건 등 국가폭력과 관련된 연구와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구·경북 출신인 만큼 이 지역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과 민주화운동의 역사, 한일시민연대운동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Q.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황보 선생은 대구·경북 출신 아버지를 둔 재일한국인로, 오사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여성인권과 평화운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우리말과 다문화 공생 교육도 해왔고요. 황보 선생의 이야기를 통해 식민지 시기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의 삶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국경을 넘어 연대한 시민들의 역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피해자와의 한 번의 만남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합니다. 저 역시 대구에서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고 시민모임에서 활동하지 않았다면 일본으로 유학하지 않았을 겁니다. 피해 생존자들이 한 분씩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서 그분들이 남긴 마음과 인연을 기록하고 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대구 도심에 남아 있는 국가폭력의 흔적을 연결하는 역사 답사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초기 전쟁 지휘부가 대구에 모였고, 예비검속된 시민들을 수용하고 학살지로 보내기 위한 분류 작업이 이뤄진 장소도 도심에 있었습니다. 지금의 근대골목 관광 코스와도 상당 부분 겹칩니다. 익숙한 공간에 남은 국가폭력의 역사를 함께 볼 수 있는 답사 코스를 만들기 위해 연구와 준비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Q. 뉴스민을 후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일본에서 한국의 언론 상황을 지켜보면서 지역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 언론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지역 언론 가운데 정치적 관점이나 역사 인식에서 문제가 있다고 느낀 곳도 있었어요.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전후로 일부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언론이 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역 언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탐사보도도 있다고 봅니다. 중앙 언론이 충분히 살피지 않는 지역의 역사와 사람을 지속해서 취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뉴스민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뉴스민 기사가 있나요?
- 1970~80년대 대구에서 민주화운동과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뒤늦게 재심을 받게 된 분들을 다룬 기사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관련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뉴스민을 처음 알게 됐어요. 기존 지역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사건의 당사자를 직접 만나 취재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구는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만 인식되곤 합니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1946년 10월항쟁이 일어났고, 해방 전후와 1970~80년대에도 사회운동과 학생운동이 활발했습니다. 이런 역사와 사람을 발굴하는 기사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다만 재심이나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기사도 함께 끝난 점은 아쉬웠습니다. 한 사건을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사자들의 삶과 시대적 배경까지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심층·탐사보도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Q. 뉴스민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식민지 시기와 해방 전후, 한국전쟁과 국가폭력 등 대구가 품고 있는 역사에 관한 보도가 지금보다 많아졌으면 합니다. 대구에는 관련 흔적이 많이 남아 있고, 아직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도 피해 사실은 많이 드러났지만, 누가 어떤 명령을 내렸고 군과 경찰, 미군은 어떻게 움직였는지 등 책임의 구조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지금 형사적으로 처벌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책임자를 역사의 법정에 세우고 어떤 경로로 국가폭력이 일어났는지 밝혀야 한다는 뜻입니다. 책임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국가폭력이 다시 반복될 수 있습니다.
뉴스민이 행사 때마다 짧게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 증언할 수 있는 분들을 꾸준히 만나 이야기를 기록했으면 합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이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대구의 묻힌 역사를 발굴하고 남겨주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