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코너는 <뉴스민> 기자들의 주장과 생각, 취재 뒷이야기를 전하는 기자칼럼 코너입니다.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들과 만나기 위한 <뉴스민>의 한 방편입니다.
언론과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유족의 시간을 따라가는 게 아닐까.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한 언론은 앞섰고, ‘참사가 아닌 사고’라고 명명한 정치권은 뒤처졌다.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구조적 문제를 밝히는 게 우선이지만, 그와 별개로 유족을 취재할 땐 그들보다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속도로 따라가야 한다. 정치적 이익도, 단독 보도도 유족의 슬픔보다 앞설 수 없다.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가 자칫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작업을 소극적으로 만들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행히 유족들은 참사 한 달이 지나고 조금씩 언론을 통해 마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희생자 개인을 기억하고 참사 당일을 복기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언론이 그들과 나란히 걸을 때 우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12월 1일 전면파업을 예고한 대구지하철노조가 하루 전 극적합의를 통해 파업을 철회했다. 노동조합의 주요 요구사항이었던 3호선 외주민영화와 구조조정은 일단 ‘공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노조는 합의 저녁 급히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합의서 내용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번 합의로 교통공사가 비용절감의 논리에 앞서 시민안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파업은 철회됐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공기관 경영혁신안 일환으로 진행 중인 ‘조직 및 인력 효율화, 경비 최소화’ 방침 속에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진 않는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
벌써 12월이네요. 뉴스민 기자들도 미뤄둔 휴가를 가거나 연말 어워즈(커밍 순)를 준비하는 등 연말맞이에 들어갔습니다. 여러분은 12월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고 계신가요? 잘 보내야 다음을 잘 맞이할 텐데, 전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12월에는 일 년간 썼던 기사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오늘 쓴 칼럼 ‘유족과 나란히 걷기’도 그 일부입니다. 유족 취재를 했던 몇 안 되는 경험을 떠올려 내가 놓친 것과 기억해 둘 것을 정리했습니다. 어떤 기사는 탈고한 뒤 다시 읽고 싶지 않은데, 그럼에도 다시 찬찬히 읽고 취재할 때의 감정과 태도를 복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