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스민 뉴스레터 담당자 김보현 기자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여러분 덕분에 뉴스민은 후원의밤 행사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응원과 기대에 감사하고 또 어깨가 무거워진 시간이었어요. 미흡했던 점이 많았지만, 뉴스민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저희는 다시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오늘은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을 소개합니다.🏢 경비원 A 씨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자 입주민들이 해고 반대에 나섰다고 하네요. 주민들이 엘리베이터 등에 서명문을 붙이고 반대 메모까지 썼다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경비노동자에 대한 근로계약은 3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관행이 있어, 같은 일이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장은미 기자가 직접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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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달서구 상인동 B아파트에 입주민에 붙인 경비원 해고 반대 서명문에 주민 상당수가 서명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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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기자: 우연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련 글을 봤어요. 조회수가 상당히 높고, 댓글도 100개 이상 달렸더라고요. 그만큼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이야기잖아요. 무엇보다 당사자가 아닌 주민들이 서명운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어요.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 형태가 초단기 계약이기 때문이라는 것에서 더 취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어요.
마침 대구 달서구, 제가 맡고 있는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더라고요. 커뮤니티 글을 출처로 한 온라인 기사가 하나둘 올라오길래 빨리 현장 취재에 들어가야겠다 싶었어요. 편집회의가 있는 월요일 낮에 여기저기 전화해서 상황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혹시 당사자 연결이 가능한지 사전취재를 했습니다. 그리고 편집국 회의를 거쳐서 현장 취재를 시작했어요.
김 기자: 현장 취재는 어떻게 진행했나요?
장 기자: 잡상인 취급을 받고 쫓겨날 각오와 함께, 일단 해당 아파트로 갔어요. ‘주민, 경비실, 관리사무소를 차례로 찾아가 봐야겠다’ 계획을 세워서요. 먼저 1층 현관과 엘리베이터를 돌며 벽에 붙은 서명지 사진을 쭉 찍었어요. 그다음엔 70대 여성 주민을 인터뷰하게 됐어요. 지나가던 다른 주민분도 다가와서 적극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주시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서명지를 붙인 주민이 누군지도 알게 됐어요. 그 분을 찾아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들었죠. 전 뉴스민 기자, 현 한겨레 기자인 김규현 기자가 이미 왔다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다음으론 관리사무소를 찾아갔어요. 입장 밝히기를 꺼려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전날 커뮤니티에 올라온 주민 입장문만 담긴 기사로 본인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하셨어요. 또 이날 점심 무렵 경비원의 재계약이 결정됐고, 자신들의 입장문을 오후에 아파트 내에 게시할 것이란 이야기도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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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경비원 해고 반대 서명문에 입주민들이 붙인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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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주민 인터뷰가 생각보다 수월했다던데, 소개하고픈 에피소드가 있나요?
장 기자: 취재 중에 동물을 만나면 무척 반가워요. 개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 취재를 자주 하다 보니 그런데요. 이날 취재 중에도 그 덕을 봤어요. ‘개가 짖으니 초인종을 누르지 마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은 한 주민분의 집을 방문하게 됐어요. 여차저차해서 집에 들어갔는데, 초면인데도 반겨주는 고양이 친구도 있더라고요.
개가 계속 경계하고 짖어서 주민분과 이야기 나누기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주민분과의 관계 형성에 개, 고양이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집에 갈 때쯤엔 개가 배를 까고 쓰다듬어 달라 하더라고요. 한편으론 여성인 주민 분이 ‘만약 남자 기자였다면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시는 걸 듣곤 여성인 게 장점이 될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기자: 경비노동자 관련해서 이전에도 취재를 한 적이 있었죠?
장 기자: 지난 2020년 하반기 대구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 모임이 처음 시작된 걸로 기억합니다, 최근엔 이분들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갑질, 괴롭힘에 희생된 경비노동자 추모와 3개월 근로계약 근절을 위한 피케팅’도 진행했는데요.
지난해에는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열린 최저임금 증언대회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발언자 중 하나로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있었는데요. 일하면서 받을 불이익을 우려해 발언자 중 유일하게 익명으로 나갔던 기억이 나요.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이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대표성 있는 이야기 듣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그렇기 때문에 더 제대로 취재하고 목소리를 들어야 했는데, 소홀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김 기자: 다음 취재 계획, 있으신가요?
장 기자: 이번 기사는 특정 상황이 있고, 그 상황을 중심으로 취재하다 보니 고용 형태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었어요. 기사에도 언급했듯 ‘초단기 계약’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잖아요. 저도 이번에 취재를 하면서 초단기 계약이 일부가 아니라 오히려 업계에 흔한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는 게 놀라웠어요. 2019년 무렵 경비노동자에 대한 처우와 갑질 문제가 논란이 되자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조례를 만들기도 했는데, 오히려 현장 상황은 더 나빠진 셈이죠.
정은정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상담소장의 말처럼 초단기 계약은 고용 불안뿐 아니라 정당한 노동 권리 행사마저 어렵게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을 더 알리고, 보여줄 수 있는 기사를 고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마련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듣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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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이번 뉴스민 후원의날 행사를 많은 분들의 성원 덕에 잘 치렀습니다. 행사 준비 총괄을 맡았던 저는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애초 저는 저희를 응원코자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정성 들여 대접하는 것을 이번 후원 행사 목표로 삼았습니다. 후원 행사가 재정 위기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못되기에, 저희의 상황과 비전을 알리는 자리로 만들려 했습니다. 후원 행사 수행 경험이 없었던 저는 다른 유사 성격 행사를 조사하여 방문하실 분들을 추정했고, 그보다 좀 더 넉넉하게 음식과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 인원의 2배가 넘는 분들이 찾아 주셨습니다. 정성껏, 성심껏 대접하고 싶었기에 저 스스로도 속이 상합니다.
그리고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오신 분들의 '진심'과 '갈증'을 느꼈습니다. 저희가 받은 응원은 뉴스민이 100% 옳아서도 아니고, 기자들이 잘나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2012년 설립한 뉴스민은 특히 재정 측면에서 여태껏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고, 그래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처음 걷는 길처럼 도전적이고 실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숙한 점이 많지만, 동시에 아주 조그마한 '새로움'과 '가능성'도 지녔습니다. 저희를 향한 응원은 기자들을 향한 것이 아닌, 그 '새로움'과 '가능성'을 향한 '갈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뉴스민이 지금껏 뉴스민의 방식으로 연대한 현장과 사람들에 대한 응원임도 알고 있습니다.
찾아주신 분들의 응원 덕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규모 작은, 영향력도 적은 매체 기자로서 숙명처럼 떠올리는 의구심이 있는데, 그건 과연 취재원이나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의미를 남기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영향력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저는 이제 적어도 의미는 있는 일이라는 걸 이해했습니다. 그건 기자 혼자 한 일이 아니고, 뉴스민에 힘을 주시는 '뉴민스' 분들과 함께 이룬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핑계 댈 거 없이 영향력도 키워야겠다고, 한 단계 더 잘해야 하겠다는 중압감도 느낍니다. 여전히 재정 위기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 빈 부분은 함께 채워가고, 이제와 같이 앞으로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중엽 기자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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