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스민 뉴스레터 담당자 김보현 기자입니다. 오늘은 ‘미등록 이주민‘ 네팔 출신 로미(가명, 40대) 씨 이야기로 시작하려 해요. 로미 씨는 2003년 피난 차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됐습니다. 대구 성서공단 섬유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죠.
로미 씨를 포함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30여 명은 강제 추방 위험을 무릅쓰고 지난 7일 오전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 모였습니다. 이날 집회에 로미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기도하는 사람 잡아가고, 슈퍼 가는 사람 잡아가고. 바로 이웃집 사람도 잡혀갔습니다. 한국에서 필요 없는 사람들이면 왜 오라고 했습니까. 사람이 살 수 있게는 해줘야지 일만 시키고 부품 바꾸듯 추방하는 게 인권입니까”이날 집회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제외하고도 10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분위기 속, 태국인 가수의 내한 공연에 참석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158명을 강제단속하거나 지역에서는 경찰이 교회에서 예배 중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9명을 붙잡아 대구출입국에 넘기는 사례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주민 관련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박중엽 기자에게 사건의 경과부터 이주민들의 분위기,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들어봤습니다.
▲12일 대구 달성군 한 필리핀 교회에서 경찰이 미등록 이주민 9명을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진=대구이주민선교센터)
박 기자: 우리는 미등록 이주민, 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고 말하지만, 일단 법무부는 공식적으로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쓰고 있어요. 외국인이 입국 시 취득하는 체류자격을 상실했다고 ‘불법’이라 명명하는 거죠. 사람을 부르는 단어부터 ‘단속하고 추방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거예요.
작년 말부터 실제로 강제추방 관련 뉴스를 자주 접했을 거예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될 무렵 문재인 정부에서 현행범을 제외하고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중단했었거든요. 단속 강화 분위기가 코로나19 방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당시 감염 공포 때문에 국내에 거주하던 이주민 상당수가 자진해서 출신국으로 돌아갔고, 그러다 보니 농촌이나 힘들고 위험한 일터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는 사회적 문제가 생긴 이유도 있어요.
작년 말부터 방역지침이 완화되고 다시 국내로 이주노동자 유입이 늘어났고, 이주노동자를 대하던 단속 위주 정책대로 회귀한 거에요. 그러면서 단속 과정에서 사건사고가 다시 일어나고 있어요.
김 기자: 지난달 12일 교회 예배에 참석한 필리핀 이주노동자 9명이 경찰에 붙잡혀 출입국에 넘겨진 사건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이슈가 됐죠.
박 기자: 종교 문제가 얽혀 있기도 하고, 단속 과정에서 공분을 일으킬 만한 장면이 있기도 했어요.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경찰이 예배 중인 교회에 들어가서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민 9명을 연행한 사건이죠. 당시 상황이 찍힌 동영상을 보면 교회 한쪽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데 경찰이 들어와 특별한 저항을 하지 않는 이주민 9명을 수갑을 채워 체포했어요.
종교계에서는 이 사건을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한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예배방해죄라는 실정법 위반으로도 여기고 있고요.
▲6일 오후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은 대구 달성군 평화교회를 방문해 대구경북기독인연대 측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김 기자: 이런 반발을 경찰도 예상했을 텐데요.
박 기자: 아마 경찰은 사건이 이 정도로 심각해질 줄 몰랐을 거예요. 다만 경찰 입장에서 어려운 점도 있죠. 애초 이번 사건이 '불법체류'로 신고가 됐으면 경찰 사무가 아니기 때문에 나설 일도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신고자가 경찰에 ‘위조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있다’고 신고를 했거든요. 위조여권 소지자는 아무도 없는, 거짓 신고였죠. 하지만 예배를 보러 온 사람들은 잡혀갔고, 이들은 전부 추방됐어요. 경찰은 “경찰의 사무에 대해 신고가 들어왔고, 그런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고 해요.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잘못된 행정이에요. 실제 미등록 이주노동자 추방을 목적으로 허위 신고를 하는 경우가 상당하거든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돈을 빌리거나 임금을 주지 않은 다음, 또는 다른 어떤 불만 때문에 경찰에 신고해서 추방시킴으로서 해결하는 나쁜 일들이 일어나요. 이런 현실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신고가 들어와서 어쩔 수 없다'고만 하는 건 경찰이 나쁜 악용 사례를 조장하는 거라고 봐요.
김 기자: 최근에는 태국 가수의 내한공연장에서 경찰이 미등록 이주민 158명을 체포하면서 논란이 크게 일기도 했죠. 법무부는 적법 절차에 따라 검거가 이뤄졌다고 하는데 지역 이주민 단체, 혹은 이주민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박 기자: ‘적법절차’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로 쓰곤 해요. 자매품으로는 '법치주의'가 있죠. 법치란 남을 법으로 다스린다는 말이 아니고,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이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말일 거예요.
법무부 홈페이지에 보면 법무부의 임무는 법질서 확립, 인권옹호, 법무서비스 제공이라고 해요. 인권옹호라는 말이 덤은 아니겠죠. 법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니까, 법은 ‘인권옹호’를 위해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주노동자 단속 정책 어디에도 ‘인권옹호’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정부의 ‘법치주의’에는 철학이 안 보여요.
김 기자: 지난 6일에는 대구경찰청장이 이주민 체포 당시 예배를 집행했던 교회 목사와 대구경북기독교인연대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어떤 내용이 나왔나요?
박 기자: ‘허위 신고로 의심되는 경우 검증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했어요. 대구경찰청장 권한으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방침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상급기관 건의도 고민하겠다고 해서, 나름 고심했다는 인상은 받았어요.
김 기자: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강제추방에 힘을 쏟는 정부 방침이 이어질 거 같네요. 정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박 기자: 정책 얘기를 하다 보니 개념적인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됐는데요. 이 문제는 사람과 현실을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합동단속 기간에 추방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어떤 사람인지 보자고요. 이 사람들이 사회에 해가 되나요? 아니에요. 오히려 이 사람들 없이는 우리 사회가 지속될 수 없는 상태예요.
4월 7일에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30여 명이 모여서 강제추방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어요. 강제추방 위험을 무릅쓰고 집회에 나온 거죠. ‘불법체류’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 거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왔어요. 저마다의 이유로 미등록 된 사람들이었어요. 이들은 열악하고 위험한 공장이나, 농촌의 고강도·장시간 노동에 종사하고 있어요. 단지 체류 자격을 잃었다고 손가락질하거나 잡아가는 게 온당한 일일까요? 업무에 ‘인권옹호’라 적으려면 적어도 ‘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발생하는가’, ‘제도적 문제는 무엇인가’를 연구하고 개선점을 찾는 게 먼저일 거예요.
▲7일 오전 11시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