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스민 뉴스레터 담당자 김보현 기자입니다. 대구 행복페이, 잘 쓰셨던 분 손🙋♀️ 저는 동네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머리를 자를 때, 친구랑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정말 잘 썼어요. 그런데 할인율이 낮아지더니 어느 순간 없어졌지 뭐예요.
그 대신 대구시가 내놓은 게 '대구로페이'입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같은 페이니까 잘 된 거 아니냐고요? 글쎄요. 대구로페이는 실물카드가 아닌 모바일로만 사용이 가능해요. 게다가 대구형 배달앱인 '대구로 앱'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저는 배달음식을 잘 안 시켜 먹거든요. 대구시민인데 혜택을 이용하지 못한단 생각에 좀 속상합니다.
행복페이부터 대구로페이까지 취재해 온 내용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오늘 친절한 김기자는 자문자답 형식입니다. 대구시가 행복페이를 없앤 까닭, 둘의 차이점, 대구로페이의 장단점까지 꼼꼼하게 알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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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페이가 없어집니다. 대구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행복페이 대신 '대구로페이' 를 출시할 준비 중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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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지난 2월 8일이었어요. 대구시 공보담당관실에서 ‘행복페이 향후 추진방향 관련’ 기자설명회 안내 문자가 왔어요. 작년 하반기 지역화폐인 행복페이의 할인율이 낮아진다거나 1인당 구매한도가 적어질 거란 우려들이 나왔지만 아예 없어질 거라는 가능성은 상상하지 못했죠. 당장 1월에도 설 명절 특판 형식으로 판매를 했으니, 올해 운영 계획을 들을 거라 예상하고 갔어요.
하지만 기자설명회에 가서 자료를 받아 보니 ‘대구행복페이는 대구로페이로 전환 발행한다’고 적혀 있는 거에요. 기존 실물카드 형태로 지급되던 지역화폐인 ‘대구행복페이’를 없애고 대구형 배달앱 ‘대구로’ 내에서만 유통되는 ‘대구로페이’를 발행하겠다는 거였죠. 대구로페이의 충전 및 결제는 올해 7월부터 가능할 전망입니다.
우선 행복페이 이야기부터 해야겠죠.
김 기자: 대구 지역화폐인 ’행복페이‘는 지난해 갈림길에 섰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지역화폐에 지원하던 국비 삭감을 시사하면서 발행액이 줄거나 아예 사업이 폐지될 가능성이 점쳐졌어요. 예산 마련 과정에서 매년 국비와 시비 비율은 달라져왔고요. 기존 행복페이 할인율은 10%였는데, 매년 예산이 조기 소진될 만큼 시민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지역화폐의 효과는 여럿 있죠. 프랜차이즈, 대기업, 그리고 대구시 밖에선 사용하지 못하니 지역 소비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정책 효용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습니다.
작년 말 대구시가 지역화폐의 예산(200억 원)을 전년 대비 28.1% 수준으로 대폭 줄였어요. 현금성 예산에 비판적인 정부 기조에 따라 국회에서도 지역화폐 예산이 전액 삭감될 위기에서 야당 반발로 되살아났죠. 이에 따라 할인율, 발행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왔었어요.
그럼, 대구로페이는 행복페이와 뭐가 다른가요?
김 기자: 가장 큰 차이는 ’사용처‘에요. 행복페이는 가맹점(식당, 카페, 미용실 등)이 다양한 업종이었지만, 대구로는 현재 음식 배달, 택시호출, 식당 예약, 전통시장 분야에서만 서비스 중입니다. 대구시는 향후 미용실, 문화체육 시설 및 공연 등을 추가해 현장(매장)에서 ’대구로 앱‘으로 결제할 수 있는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요. 아직까진 대구로 앱은 배달 기능 위주입니다.
또 하나 큰 차이는 ’접근성‘ 입니다. 대구로페이의 충전·결제는 대구로 앱으로만 가능할 예정이라, 실물카드를 발급해 사용하는 ‘행복페이’와 비교해 고령층 접근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요.
행복페이는 대구은행에서 카드를 발급받고 앱을 통해 충전해 사용하는 형태였죠. 제가 취재 중 만난 한 70대 시민은 “보통 은행에 가서 충전해달라고 한다”고 말했어요. 모바일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은 대구은행 창구를 찾아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죠. 하지만 대구로페이는 어떨까요? 앱카드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도움이 없다면 아예 접근부터 불가능합니다. 페이의 파트너사가 될 ‘대구로’(인성데이타)는 ‘대구은행’과 달리 시민 응대를 하지 않죠. 단순 앱 개발사니까 그럴 필요도 없고요.
취재를 해보니 ‘행복페이’는 고령층 사용률이 높은데, 현재 배달앱 기능 중심인 ‘대구로’는 고령층 사용률이 낮았어요. 대구로는 전체 가입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이 6.6%(2만 4,135명)에 그쳤지만, 행복페이는 2020년 6월부터 9월 사이 판매 건수 비중을 보면 60대 이상이 27.5%를 차지했어요. 이것만 봐도 대구로페이로 자연스럽게 넘어올 고령층 수가 많지 않을 거란 걸 추측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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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지난 2월 밝힌 대구로페이 발행 계획입니다. 우리가 가장 궁금한 할인율, 구매한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이미지=대구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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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접근성에 대한 대구시의 계획은 뭔가요?
김 기자: 대구시는 고령층이 정책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앱을 고령자 친화적으로 만들어서 보완하도록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2월 기자설명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안중곤 경제국장은 ”전체적인 쇼핑 트렌드가 모바일로 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최근 노인층도 카카오 앱 정도는 충분히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앱 자체를 활자도 키우고 UI도 고령자 친화적으로 바꿔서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 가겠다. 안내 동영상을 만드는 등 디지털 약자에 대한 부분도 보완할 수 있도록 7월 오픈까지 고민하겠다”고도 덧붙였죠.
지난주 ‘대구사랑 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대구시가 대구로페이 출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썼어요. 조례 개정을 통해 변경되는 조항에 대해 물어보러 대구시 경제국에 연락한 김에 ‘고령층 접근성’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이 나왔는지 묻자, 여전히 ‘고령자 친화적인 UI를 고민하고 있다’는 수준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글쎄, 고령층이 단순히 글자 크기가 작아서 앱 카드를 못 쓰는 걸까요?
대구형 배달앱 ‘대구로’ 얘기도 잠깐 해볼까요?
김 기자: 배달앱 ‘대구로’, 여러분은 자주 사용하시나요? 저는 가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서 배달 음식을 시킬 때 사용합니다. 가끔 택시를 탈 때도 사용해요. 대구행복페이를 사용하면 배달의민족 같은 민간배달앱보다 저렴해요. 10% 추가 할인이 되거든요. 대구행복페이 충전이 중단되고도 사용합니다. 소상공인, 택시기사에겐 수수료가 민간 플랫폼의 앱(배달의민족, 카카오택시)보다 훨씬 저렴하거든요.
하지만 대구로, 공공앱은 아니에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다른 공공앱과는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민간기업 ‘인성데이타’가 대구시 보조금을 받아 개발·운영하는 낮은 수수료의 배달앱이라고 정의하는 게 맞습니다.
따라서 대구시도 ‘대구로’를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낼 땐 ‘민간주도 방식의 대구형 배달앱’이라고 표현합니다. 보통 ‘대구형 배달앱’이라고 줄여서 표현하죠. 하지만 최근 이런 형태의 대구로 앱에 대구시 주도로 여러 사업이 붙으면서 몇 가지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작년 12월에는 지역 택시운송사업조합들과의 협약을 통해 ‘택시 예약’ 기능이 추가됐어요. 협약에는 대구시가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대구시가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요. 대구시가 기존에 택시플랫폼 회사의 높은 수수료율에 문제를 느끼고 공공앱 개발을 논의하던 중, 배달앱 기능이 잘 운영되는 대구로 앱 안에 넣는 방안을 낸 거죠.
이제 대구로페이가 출시되면 직접적으로 세금이 투입됩니다. (물론 그전에도 대구로에는 홍보비가 시비로 지원됐어요. 낮은 수수료율을 유지한다는 조건이죠.) 대구시가 특정 기업을 밀어준다는 비판은 꾸준히 나왔어요. 대구로 운영사인 인성데이타 입장는 개발과 운영, 유지에 기업 돈을 쓰고 있지만 대구시와 맺은 협약 때문에 낮은 수수료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죠. 기업이 손해 보면서 장사할 리 없으니 대구시의 예산, 홍보 등 지원을 통해 소비자를 묶어둔 뒤 협약 기간이 끝나면 언제든 수수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역화폐든, 공공성을 가진 플랫폼이든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운영 형태가 중요할 텐데 아직은 불안불안해 보입니다.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플랫폼도 이름도 바뀌면 시민들 혼란도 가중되겠죠. 아직은 준비 단계라 구체적인 발행액과 할인율, 충전 한도 등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대구로페이가 출시되면, 다시 기사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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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형 배달앱 '대구로' 앱 메인 화면들입니다. 배달/포장, 음식점 예약, 택시호출 세 가지 기능이 메인 화면에 안내돼 있어요. (화면 캡처=대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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