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도 모르고 처음 광주에 갔던 20살의 5월을 돌이켜봅니다. 전일빌딩 앞에서 묵념을 하고 전남대학교를 한 바퀴 돌며 처음으로 묵직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 뒤 가능하면 매년 5월 광주에 갑니다. 어느 해엔 친구와 놀러 가고, 어느 해엔 기행 프로그램을 찾아 참석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문득, 그해 5월의 대구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뉴스민 기사부터 찾아봤습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선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5월 18일 전에 전해드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오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43년 전의 대구, 그리고 그날의 사람들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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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는 5.18민주화운동 43주년입니다. 먼저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A.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 및 전라남도에서 시민들이 신군부에 맞서 싸운 대중봉기 형태의 항쟁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 부릅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아닌 '5.18민주화운동'이라고 광주라는 지역명을 떼어내서 부르는 이유는 그때 신군부의 헌정파괴 행위와 이에 저항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에요. 당시의 저항 운동을 광주라는 지역으로 국한면서 지역 감정을 조장해 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군부가 정권 장악 계획 속에 광주에서의 유혈진압을 5월 27일 이후까지 지속했다는 점도 중요해요.
민주화운동은 1979년 유신체제 붕괴에서 촉발된 전국적 민주화 요구의 연장선상입니다. 전국적으로 민주화 요구가 발생하는 와중 광주에서만 대중봉기로 확산된 원인은 공수부대의 과잉진압입니다. 1979년 경남에서는 부마항쟁이 일어나면서 이미 민주화운동을 벌이던 주요 인사를 압박한 상황이었죠. 대구·경북지역에서도 5월 18일 이전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는데 진압을 했어요.
Q. 1980년 당시, 대구 상황은 어땠나요?
A. 박정희의 죽음으로부터 도래한 민주화 열기는, 대구에서도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난 대학가에서부터 일기 시작합니다. 신군부에 맞서 민주정부 수립과 민주주의 쟁취라는 깃발 아래 각 대학에 맞는 투쟁을 진행하던 학생들은 공청회, 토론회, 초청강연, 문화행사, 농성, 가두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내에서의 민주화 열기를 고조시켰습니다. 4.19혁명 20주년을 계기로 3개 대학(경북대·계명대·영남대) 복학생협의회를 주축으로 학내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어요.
국가기록원에 남겨진 계엄사령부의 자료를 살펴보면 그해 3월부터 대구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3개 대학을 중심으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3월에는 대구와 경주, 포항에서 26건의 시위가 벌어졌고, 4월이 되면서 더욱 분위기가 고조됩니다. 대구·경북에서만 85차례 시위가 벌어졌다고 해요. 학교 안에선 농성이나 신군부 성토대회가 있었고, 수업거부가 벌어진 곳도 있었어요. 시위는 대학뿐만 아니라 경산·봉화·청송·고령의 고등학교에서도 벌어졌습니다. 그만큼 당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상당했음을 확인할 수 있죠.
Q. 5월 14일 신군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시작한 대구라고요?
A. 당시 주축은 대학생들이었는데요. 이들은 지금의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대명동에 있던 계명대 학생 5,000여 명이 가장 먼저 도착을 했어요. 오후 3시경 대구백화점까지 진출해 연좌농성을 벌였으나 타 대학이 오기도 전에 경찰과 군 병력으로 추정되는 집단에 의해 여태까지는 확연히 다른 토끼몰이식 진압을 당합니다. 그 결과 시위 지도부 일부가 체포되어 군부대(50사단)에 넘겨지게 돼요.
이후 경북대 시위대 7,000여 명이 가두행진을 하면서 시내로 진출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막혀 돌아가게 됩니다. 영남대 학생 1만 2,000여 명은 경산에서부터 대구까지 행진을 하다가 끝내 합류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돼요.
고립된 계명대 학생들은 끌려간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파출소에 항의를 벌였고, 이때 많은 학생이 연행됩니다. 고등군법회의판결문과 국가기록원 계엄사후보고 자료를 보면 50사단에 연행된 사람의 수는 147명입니다. 이 중에는 대학생이 아닌 민간인 56명도 포함돼 있어요. 훈방된 223명이 있었던 걸 보면, 5월 14일 시위로 약 370여 명이 구금된 거죠. 이후 불법으로 구금돼 고문당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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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5월 18일 오후, 대구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상오)는 대구지역에 5·18민주화운동을 알리려다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고 반공법·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두레서점 조합원 정상용(69·사망) 씨 등 5명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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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광주만이 아니라 대구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5월 18일 이후 대구에서도 광주 상황을 알리려고 한 분들 있었죠?
A. 두레서점 운영주최인 두레양서조합을 중심으로 1980년 5월 계엄군이 광주를 탄압하는 상황을 알리기 위해 활동하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광주의 실상을 알리려다 오히려 간첩으로 누명을 쓰고 체포돼서 불법 구금돼 고문을 당하기도 했어요. 광주시민을 진압한 신군부가 그해 9월 농민, 가톨릭농민회원, 교사, 학생 등 100여 명을 강제 연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14명은 15일 이상 감금돼 조사를 받았어요. 당시 20대 대학생이던 피고인들은 일부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반공법 위반 혐의와 ‘유언비어를 각 날조 또는 유포하였다’는 계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980년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Q. 이에 대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재판도 계속 진행 중이죠?
A. 지난해 5월 18일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상오)는 계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두레 사건 피해자 5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5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서원배 씨는 무죄 선고 직후 “42년 만에, 특히 5월 18일에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의미가 크다. 광주의 아픔을 대구에서도 함께 하려 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며 “5·18 유공자로서 대구·경북에서 살아가는 건 떳떳하지 못한 삶이었다. 이때까지 5·18 유공자라고 이야기해 본 적도 거의 없다. 앞으론 이런 세상이 좀 바뀌고 대구·경북에서도 광주의 슬픔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말 대구·경북지역 5.18유공자 7명에게 국가가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왔습니다. 1980년 6월 광주항쟁의 진실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강제 연행돼 불법구금돼 형사처벌까지 받은 김종길(70, 당시 경북대 학생) 씨 등 6명과 故 A 씨의 유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고요. 승소는 했지만 법무부에서 항소하면서, 최종 판결이 내려지려면 더 기다려야 합니다.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은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100여 명이 각각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2023년, 지금으로 돌아와 봅니다. 올해 5.18 대구시민대회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A. 올해는 특히 노동조합 관계자가 많이 참석했습니다. 대회 장소인 2.28기념중앙공원 입구에는 故 양회동 건설노동자 추모 분향소가 설치돼 있죠. 대회에선 윤석열 정부에 '노동 탄압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주로 언급됐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김균식 대구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위원장은 "국가 권력의 섬뜩한 폭력이 다시는 이 땅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을 우리가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회 이후 참석자들은 행진을 하며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설치된 故 양회동 건설노동자 추모 분향소 앞에 멈춰서서 묵념을 진행했어요. 그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이날 시민대회의 주제를 다시 한번 되새겼습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오월의 정신을, 세대가 함께하는 오늘의 정의로'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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